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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과의 브런치 (커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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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과의 브런치
  •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반지현 (지은이) 
  • 출판사나무옆의자 
  • 출판일2020-06-23 
보유 1, 대출 0, 예약 0, 누적대출 1, 누적예약 0

책소개

“스님, 이 맛을 여태 혼자만 알고 계셨어요?”
사찰요리의 매력에 빠진 회사원
인생 첫 요리 선생님에게 맛과 마음을 배우다

스님도 아니고 요리사도 아닌데 사찰요리라니!


회사를 다니며 마음 한편이 늘 불안했던 저자가 사찰요리를 만나고 배우며 변화해가는 내용을 담은 음식에세이. 저자 반지현은 사찰요리를 배우면서 마음이 가볍게 통 하고 울리는 순간이 많았는데, 그런 순간을 그냥 흘려버리기 아까워 글로 남기기 시작했다. 스님도 요리사도 아니고 사찰요리 대회에 나가 우승을 한 것도 아니지만, 그저 사찰요리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마음을 울리던 그 순간들을 들여다보고 더듬어보면서 이 책을 썼다. 가장 좋아하는 것을 통해 자신과 주변을 살피는 알뜰살뜰한 마음과 유쾌한 웃음이 묻어나는 글이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한 사찰음식처럼 마음을 사로잡는다.

사찰요리 덕분에 눈앞의 하루를, 다가오고 사라지는 계절을, 내 곁의 사람들을, 내게 주어진 삶을 좀 더 좋아할 수 있게 되었다. (‘프롤로그’에서)

사찰요리의 매력에 빠지다

무언가와 사랑에 빠지는 일은 예기치 않은 순간에 찾아온다. 저자가 사찰음식에 빠져든 내력도 그러하다. 어려서부터 요리책 보는 걸 좋아하고, 사회 초년생 시절 야근을 밥 먹듯 하면서도 원룸의 좁은 주방에서 홀린 듯이 요리에 몰두했지만 사찰요리에 매혹될 줄은 몰랐다. 이런 걸 운명적이라고 하는 걸까. 다니던 회사의 사규에 따라 참가한 템플스테이에서 처음 절밥을 만났다. 밥이 너무 아름다워 탄성이 나왔다. 하루에 두 번 나오는 매 끼니가 그렇게 황홀할 수 없었다. 4박 5일간의 힘든 일정을 밥 덕분에 무사히 마쳤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그 밥이 생각났다. 기억을 더듬어 그때 먹은 것을 흉내 내 봤지만 잘 되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사찰음식 전문점을 찾아가봐도 그때 그 음식이 아니었다. 밥을 받아들었을 때 주위가 환해지던 그때 그 느낌을 찾고 싶었다. 사찰요리를 배우기로 마음먹었다. 인생 첫 요리 선생님인 스님들에게 사찰요리의 맛과 정신을 배우면서 그 매력에 흠뻑 빠졌다. 2017년 겨울부터 시작된 사찰요리 수업과 요리에 대한 열정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맛에 대한 새로운 경험

건강한 삶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웰빙 푸드, 슬로푸드, 채식의 하나로 사찰음식을 훨씬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기본적으로 수행을 위한 음식인 사찰음식은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오신채(파, 마늘, 부추, 달래, 흥거)를 쓰지 않고, 고기를 금하며, 제철의 재료를 주로 사용한다. 그와 함께 담백하다는 것이 중요한 특징으로 꼽힌다. 채소와 과일, 곡류가 주재료이고, 재료 본연의 맛을 끌어올리기 위해 양념도 소금, 간장, 된장 정도만 사용하니 그렇다. 자극적인 맛이 속을 훑고 몸속 장기를 치는 것과 달리 담백한 맛은 배꼽에 모여 몸의 기운을 순환시킨다. 몸이 고요하고 편안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너무 건강한 음식이라 그럴까. 사찰요리를 풀떼기, 맛없는 음식, 단출한(=초라한) 음식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이에 대해 저자는 단언한다. 크게 속고 있는 거라고. 스님들이 얼마나 맛있는 요리를 계절별로 다양하게 접하는지 알고 나면 깜짝 놀라게 될 거라고. 실제로 저자는 처음 사찰요리 수업을 들을 때 이제껏 알던 것과는 급이 다른 맛에 반해 “오늘은 얼마나 맛있을까?” 기대감에 들떴고, “스님, 이런 맛을 여태 혼자만 알고 계셨나요!” 소리를 혼자 조용히 읊조려야 했다. 요리를 가르치는 스님은 ‘음식에는 맛있다와 맛없다가 없다’ ‘음식은 몸을 지탱하는 약이지 맛으로 먹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하지만, 사찰음식이 몸의 편안함은 물론 혀의 즐거움까지 선사한다는 것은 경험에서 나온 ‘진리’다.

계절 속에서 살아가는 기쁨

저자는 사찰요리를 배우며 얻은 커다란 즐거움 중 하나가 사계절의 매력을 비로소 알게 된 것이라 말한다. 계절을 듬뿍 담은 깜짝 놀랄 만한 메뉴를 접하면서 계절과 제대로 사랑에 빠졌음을 고백한다. 봄이면 통통하게 물오른 두릅을 튀겨내 매콤달콤한 양념에 버무린 두릅강정이, 여름이면 불린 콩을 되직하게 갈아 산뜻한 오이 고명을 올린 콩국수가, 가을이면 간장과 조청에 버무린 후 깨를 솔솔 뿌린 쌉싸름한 우엉조림이, 겨울엔 뜨끈하고 얼큰하고 개운하기까지 한 사찰 짬뽕이 오감을 깨워주었단다. 꽃초밥/곰취쌈밥/냉이만두(봄), 무왁저지/시래기찜(가을)은 어떤가. 여섯 가지 뿌리채소를 넣고 오랜 시간 뭉근히 고아낸 육근탕은 추운 날씨에 딱 어울리는 별미일 뿐 아니라 용맹 정진하는 스님들을 위해 경건한 마음으로 짓는 수행식이기도 하다. 이런 음식들과 함께하다 보니 가는 계절이 아쉽다가도 다가오는 계절을 반갑게 맞이할 수 있게 되었다. 계절은 어김없이 다시 돌아오고, 그때마다 놀라운 기쁨을 건넬 준비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썰고, 굽고, 볶고, 튀기며 천천히 익어가는 삶의 한 계절

사찰음식이 가져다준 또 다른 선물은 시각의 변화다. 저자는 다른 존재의 처지를 생각하는 사찰요리의 정신에 물들어 자연스럽게 채식을 시작했고, 자신이 먹는 음식이 어디서 오는지 관심을 가지면서 욕심을 버리고 고마운 마음으로 한 끼를 마주하게 되었다고 한다. 요리를 하면서 먹는 이를 헤아리는 마음을 배웠고, 주위 사람들과 레시피를 공유하면서 무언가를 나누는 기쁨도 알게 되었다. 예전에는 불안하지 않기 위해 요리했다면, 사찰요리를 배우면서 요리가 세상으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라 자신이 속한 세상을 넓히는 훌륭한 방법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러고 보면 요리와 삶은 꽤나 닮았고, 사찰요리는 보다 행복한 삶을 위한 마음과 태도를 연습하는 장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요리를 하면서 실수도 많이 했다고 털어놓는다. 잘하고 싶은 마음에 무리하기도 하고, 스님 말 안 듣고 휘리릭 요령을 부리다 망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그럴 때마다 자신이 사는 방식을 돌아보고 시간을 내어 천천히 오래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저자는 시간과 노력의 집약체이자 익을수록 투명해지는 죽을 저으며 생각한다. “나도 때가 되면 투명해졌으면 좋겠다고. 더 이상 나 자신을 의심하지 않는 때가 왔으면 좋겠다고.”
이 책은 충분히 익어 투명해진 결과물이라기보다 한 사람이 천천히 익어가는 삶의 한 계절이다. 썰고 굽고 볶고 튀기며 뜨겁게 자신의 계절들을 지나온 이야기다. 완성된 이야기가 아니라 한창 무르익어가는 이야기여서 누군가에게는 더욱 큰 위로와 온기가 될 것이다.

죽을 젓듯 하루하루를 젓는다. 내 시간과 마음을 쏟아붓고는 한 방향으로 휘휘 젓는다. 익으면 투명해진다, 반드시 투명해진다, 중얼거리면서.
아직 투명한 죽은 아니겠지만, 멀건 죽이라도 누군가에게 위로와 온기가 될 수 있다면 그걸로 나는 충분할 것 같다. (‘에필로그’에서)

저자소개

몸과 마음의 안부에 관심이 많은 사람. 요리로 몸을, 글로 마음을 돌본다. 가장 좋아하는 것을 통해 가장 가까이에 있는 것을 살필 수 있어 다행이라고 자주 생각한다. 2017년 겨울부터 사찰요리를 배우고 있다.
https://brunch.co.kr/@ringringstar
https://band.us/@templefood

목차

프롤로그―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할 수 있도록

만나다
이 모든 게 처음
사찰요리에 있고 또 없는 것
열 숟가락 깨물어 안 맛있는 숟가락 없다
채수가 모든 것을 가능케 하리니
내 마음의 오신채
행복을 이루고자 먹습니다

배우다
당신의 과정엔 애정이 있나요?
쫄지 마! 재료가 얕보니까
너무 맛있어서 헛웃음 나옴
고명 있는 시간
된장은 아주 연하게 끓여놓을게
너무 예쁘면 젓가락 안 가
뿌리의 힘을 믿어요
정답은 냉장고 제일 안쪽에
튜닝의 끝은 순정이랬어
당신의 호박범벅
제법 오래된 미래

변하다
그렇게 채식인이 된다
그 마음 한 숟갈만 주세요
텁텁하고 쓸쓸하고 그토록 다정한
요리하는 사람이 바보라서 그러겠어요?
가랑비 리더십
마음만은 장씨 부인
들여다본다는 건
묵혀둔 봄을 꺼냅니다
믿고 따블로 가!
계절이 물러가며 인사를 건네듯

에필로그―익으면 투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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